다시 던지는 질문, 왜 다시 길을 잃었는가 | 최자영
정당공천제 폐지와 국민주권의 현실화를 위한 제언
최자영
전)부산외대 교수
1. 문제 제기
1) 위기의 원인
지금의 위기는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 일부 정책의 실패, 민주당 내부의 권력투쟁으로만 설명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권력투쟁이 아니라 민생으로, ‘억강부약·대동세상’에서 중도실용주의 등의 개념도 누가 결정의 중심에 서는가?
현재 문제는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 등 일정한 소수가 강력한 권력을 잡고 있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의제로, 계파가 아니라 노선으로?
그러나 의제, 노선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한정된 범위의 사람이나 일정 계파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 시민, 민중의 궁극적 결정권이 정치적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2) 선거제도는 어떻게 고쳐야 하나?
핵심: 정당공천권(국회의원, 지방의원, 시도지사 등 지자체 공직자)을 폐지하고 국민, 주민이 순서를 정하도록 하는 제도로 개정해야 한다.
유럽형: 국민, 주민이 정당과 인물에 따로 투표하고, 정당은 다수 후보만 제시하고, 후보의 순서를 정하지 않는다)
(1)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4가지 기존 담론의 한계
대선거구제 도입(한 지역에서 다수 의원 선출): 소선거구제 폐지를 통해 거대 양당 중심 구조 및 사표의 폐단을 줄이자는 것
‘비례대표제 강화’:
i. 현재의 승자독식적 선거제도에서는 다양한 사회세력이 독자적인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비례대표제를 강화해 노동·청년·지역·시민사회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i. 사표를 줄이고, 정당이 얻은 전체 의석을 전국구 비례대표로 환산하여 반영
‘결선투표제를 도입’: 1차 투표에서는 각 정치세력이 자신의 노선과 정책을 분명히 제시하고 경쟁하게 하고, 어느 후보도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결선투표에서 서로 다른 세력이 공동의 개혁 의제를 중심으로 연합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연합의 구현: 선거가 단순한 양자택일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경쟁, 그리고 그에 기초한 정치연합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정치개혁의 목적은 특정 정당의 세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권력독점형 정치’에서 ‘정책연합형 정치’로 전환하는 것이다.
(2) 위 기존의 선거제도 개선 방안 담론이 가지는 한계
i. 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등 그 어느 것도 현재 정당공천제가 존재하는 한, 인적 쇄신을 기할 수 없고, 차기 공천받으려고 줄서는 후보는 소신껏 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증거 예시 : 현재 민주당 대표 김민석이 걸핏하면 다음 공천은 못받는다고 위협성 발언을 쏟아내는 것.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당 지도부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
ii. 현재 국회가 무지렁이같이 형해화한 것은 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눈치만 보도록 만드는 정당공천제 때문이므로, 그런 제도들을 도입해도, 정당공천제가 존재하는 한, 결과는 똑같을 전망.
2. 촛불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촛불혁명은 정권교체만을 요구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특권과 기득권 구조를 개혁하며,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거대한 에너지를 제도와 정치의 구조적 변화로 충분히 연결하지 못했다.
검찰·사법·언론개혁은 미완으로 남았고, 경제적으로도 재벌 중심의 생산체계와 자산 불평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결국 촛불 이후에도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권력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라는 반동적 결과를 경험하게 되었으며,
3. 이재명 정부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중도실용주의
이재명 정부는 억강부약·대동세상의 정치적 비전을 구체적인 구조개혁으로 발전시키기보다 ‘중도실용주의’를 새로운 통치노선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중도와 실용을 누구를 위한 성장과 개혁의 수단으로 설정하느냐이다.
중도실용주의가 기존의 기득권 구조를 전제로 한 채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통치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개혁의 정치노선이라기보다 기존 질서의 안정적 관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현재 모든 것을 포획하는 ‘중도실용주의’ 정치노선은 구체적 정책이 아니라 포괄적, 추상적인 것.
중도실용주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민주당 내부에서나 바깥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도실용주의를 현실주의와 동일시하면서 대기업의 투자역량을 활용하면 성장정책이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면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며, 보수 인사를 기용하면 통합정치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4. 중도세력 외연 확장은 위정자 중심의 개념: 그 안에 국민 민중이 포함되지 않았다.
노선투쟁이 사라진 자리를 권력투쟁이 차지했다?
⇒ 누구의 노선인가의 문제로 환원되어야 한다.
정책은 정치노선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어떤 경제체제를 만들 것인지, 재벌과 노동의 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달라지면 노동·조세·주거·산업정책도 달라진다.
따라서 “정책투쟁은 정치노선이 구체화된 하위의 정치투쟁”이다. 노선투쟁이 살아 있어야 정책투쟁도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이미 노선을 정하고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면, 당에는 당권·공천·인사·차기 권력의 향방을 둘러싼 권력투쟁만이 남는다.
노선투쟁이 사라진 자리를 권력투쟁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놓고 경쟁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경쟁의 궁극적 주체가 여야 위정자 혹은 삼권의 수장들인 구도에서 국민 민중이냐에 핵심이 있다.
정치와 사회의 미래를 둘러싼 경쟁이 아니라 사람과 권력을 둘러싼 경쟁으로 흐르는 순간 정당정치는 시민에게 의미를 잃는다.
권력이 국민 민중에 의해 견제받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 국민발안 및 국민 투표
재벌개혁의 핵심으로서의 재벌에 대한 규제는 생산관계와 생산권력을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 메가 프로젝트의 필요성이나 호남이라는 지역적 개념으로만 접근하면 안 되고
어떤 생산관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느냐의 문제
⇒ 각 추진 단계 마다 국민, 주민, 민중의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5. 결론:
정치개혁은 정치 주체의 변경을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
여야 위정자 ⇒ 국민 민중을 정치적 결정의 주체로 바로 세움으로써 비로소 가능.
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 강화, 결선투표 만을 통해 다양한 사회세력이 정치적으로 연합할 수 있는 기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정치공학도, 계파전쟁이나 ‘뉴이재명’을 통한 중도노선확대가 아니라, 정책의 개혁이어야 한다.
정책 개혁은 중앙 국회의 다당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고 모든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다양한 세력이 정책과 노선의 연합을 뛰어넘어야 한다.
중도실용주의보다는 억강부약과 대동세상의 정신을 중심으로 ‘근본개혁의 정치노선’을 추구하되, 그 중심에 위정자 및 권력투쟁이 아니라 국민 민중 주권의 실질화
촛불의 요구는 정권교체에서 끝나지 않았다. 빛의 혁명을 완수한다는 것은 특정 정치인을 위한 응원봉이 아니다.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기득권 구조를 바꾸며, 시민이 자신의 삶과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요구였다.
정치권력의 민주화, 생산권력의 민주화, 자산의 권리를 넘어 사회적 재생산의 권리로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중심에 국민 민중이 직접 해야 한다..
계파가 아니라 노선으로, 위정자 간 권력투쟁이 아니라 의제, 정책 개혁으로 중심을 옮기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위해 먼저 권력의 궁극적 중심을 국민 민중의 주권을 현실화해야 한다.
“시민의 삶을 바꾸는 개혁 의제를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세우는 것은 의제의 발안에 이해당사자인 국민 민중이 직접 발안해야 한다.
이것은 시민의회, 숙의를 뛰어넘어 결정권 및 정책 견제의 기능을 확보함으로써 가능
숙의나 시민의회는 궁극적 결정권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 종속적 지위에 머무는 것으로서의 한계를 갖는다.
국민 민중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세 가지 방향 제시
1) 정책 결정과 추진의 지역분권화를 통해 다양성을 담보하고, 실패했을 경우의 위험 비율을 국소화하고
2) 국민이 법안, 정책 등의 결정에 대해 최종 결정권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발안 및 국민투표제도 상설화
3) 정치의 민주화는 국회 자체의 민주화, 즉 정당공천제 폐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통해 국민이 순서를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회의원이 당 지도부가 아니라, 국민 민중의 눈치를 살피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